영국해사판례

선장 판단 하나로 8개월 억류? Afra Oak호 사건이 알려주는 ‘항해' 지시와 법적 책임

caselaws 2025. 4. 3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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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uria Energy Trading Pte v Raphael Cotoner Investments Limited (The ‘Afra Oak’)
[2023] EWHC 2978 (Comm)
 

 

[ 사건 개요 ] : 정박 지시? 항로 판단?
 
2019년, 선박 Afra Oak는 EXXONVOY 양식의 용선계약 하에 항해 중이었습니다. 당시 용선주는 양하 일정 미확정으로 인해 선장에게 싱가포르 EOPL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 지역은 UNCLOS(UN해양법협약) 체약국인 인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접해 있는 싱가포르 해협 특정 구역이고, 협약에 따라 무해통항 innocent passage만 허용되는 구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장은 인근 인도네시아 해역 쪽이 더 정박하기 쉽다고 판단하여 그곳에 정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박은 인도네시아 해군에 억류되고 선장은 체포되어 선박은 약 8개월간 운항이 중단되었습니다. 선주는 벌금을 포함한 막대한 운항 손실을 입었습니다. 한편, 화물이 여전히 본선에 실려 있었던 용선주도 꽤 큰 손실을 보았습니다.
 
 

 

[ 선주 vs 용선주 ] : 서로의 책임을 묻다.
 
선주 측 주장: 해당 해역이 안전하지 않았다며 이른바 Unsafe Port라고 주장하면서, 헤이그규칙에 따른 항해상의 과실 error in navigation 면책 조항을 근거로 방어했습니다.
[Hague Rules 4.2 (a)] “운송인이나 선박은 … 본선의 항해 또는 선박 관리에 있어 선장, 선원, 도선사 또는 운송인의 고용인의 행위, 태만 또는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 면책된다”
 
용선주 측 주장: 통항 계획 passage plan 결함과 본선 선장의 항해 능력 부족으로 본선은 불감항 unseaworthiness 였고, 선장이 용선주의 본선 사용권 ship’s employment을 침해하고 용선주의 정당한 지시를 위반함으로써 손해가 초래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 중재 및 법원 판단 ]
 

 

영국 중재심 판정
1. Unsafe Port 주장 기각: 용선주의 지시는 일반적인 것이었고, 선장이 해당 해역에 정박하는 것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용선주는 안전항 담보 의무 safe port warranty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주의 운항 손실 청구 기각)
 
2. 불감항 주장 기각 및 면책 인정: 용선주의 불감항 주장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한편, 본선 사용권에 대한 용선주의 정당한 지시에 따를 의무를 위반한 것은 선장이지만, 항해에 부주의하였고 정박 금지 구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적절히 감안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으므로, 이는 헤이그 룰 4.2(a)상의 면책에 해당합니다. (용선주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
 

 

 
영국 1심 법원 판결
법원은, 참고 판례 "Hill Harmony[2001]” 사건과의 관련성을 광범위하게 검토한 후 중재원의 판정을 확인하였습니다.
(1) “Hill Harmony” 사건에서 선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용선주가 지시한 항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선주는 신속 항해 despatch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어, 헤이그규칙에 따른 항해과실 면책을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즉, 계약 위반 사유가 항해 행위가 아닌 ‘항로 선택과 그에 따른 선박 사용권’에 해당하므로 선주의 항해과실 면책은 인정되지 못한 것입니다.
(2) 반면, 본 “Afra Oak” 사건에서 선장은 인도네시아 해당 구역에 정박하면 어떤 위험이 따를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함으로써 용선주의 지시에 따르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선장의 행위는 부주의한 항해에 해당되므로, 선주에게 항해과실 면책이 인정됩니다.
결국, Unsafe Port에 근거한 선주의 클레임이 인정되지 못함은 물론, 용선주가 제기한 본선 불감항성 상태 및 정당한 항해 지시 위반에 근거한 클레임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 핵심 쟁점 ] : ‘항해(navigation)’ vs ‘선박 사용권(ship’s employment)’
선박의 ‘사용권’에 관련된 사항과 ‘항해에 따른 문제는 구별해야 합니다. 헤이그규칙에 따른 항해과실 면책을 적용 받기해서는 본선 선장의 행위가 선박 사용권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운항/선원과 직접 관련된 문제여야 합니다. 이 둘을 구별하는 일반적인 구별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는 바로 선박을 통하여 최대한의 수익을 얻는 것과 관련된 사항인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항로를 택할 것인가, 어떻게 운항 일정을 잡을 것인가, 어떤 비즈니스에 투입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더 중요한 요소가 없는 이상 선박 사용권에 관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 결론 ] : 해상계약, 어디까지가 ‘면책’일까?
 
Afra Oak 사건은 선장의 항해 결정 하나가 선박의 장기 억류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적 책임의 범위는 선장의 행위가 ‘항해’에 관한 것이냐, 아니면 ‘선박 사용권’에 대한 것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리 항해 과실이라 해도, 그 행위가 상식 밖이거나 무모한 경우에는 면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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